2021년을 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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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다이어리의 맨 앞장


매년 그렇듯 또 한해가 지나갔지만 작년은 유독 나에게 있어 많은 변화가 있던 해이다. 2022년을 맞이하기에 앞서 작년 한 해를 회고를 해보려한다.

나에게 2021년은

해를 시작하면 나는 그 해의 목표에 맞는 컨셉이 있다. 나는 작년 2021년을 시작하며, 2021년은 ‘터닝 포인트’가 되는 해가 되길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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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ning Point를 의미하는 표지판


터닝 포인트(Turning Point)란 사전적으로 전환점을 말한다. 스포츠 경기에서는 경기의 승패를 좌우하는 플레이나 그 지점을 뜻하는데 쓰인다. 즉, 아주 중요한 변곡점이란 의미이다.

작년은 나의 인생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만들고 싶었다. 터닝 포인트라는 목표 아래 시간 순의 마일스톤 위주로 적어보려 한다.

3월. 정 반대편으로 이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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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는 다 담기지 않았지만 트럭 2대가 와서 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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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당일 깨끗하게 비워진 방에 들어온 침대


“익숙한 것에서 멀어지기. 비우고 새로 시작하기”

오랜 익숙한 것에서 받는 따뜻한 위로도 있지만, 새롭고 낯선 환경이 주는 신선한 활력이 있다. 20대의 시작부터 끝을 모두 보낸 곳에서의 생활을 끝내고 반대편으로 이사를 했다. 나는 그동안 내가 다닌 대학교 주변에서만 살았기 때문에 그 동네를 눈감고도 다닐만큼, 버스 번호를 다 외울만큼 익숙한 동네였다. 그래서 그런지 나중에는 한번도 생활해보지 않은 동부권에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새롭고 낯선 곳에서 처음 보는 버스 번호, 그리고 거꾸로 타야하는 2호선이라 처음에는 낯설어 한동안 거꾸로 타기도 했다. 익숙하던 생활의 관성과 바운더리를 깨뜨리는 낯선 변화로 새로운 활력을 얻을 수 있었다.

이사는 번거로운 일이지만, 그래도 이사가 주는 가장 큰 이점은 아마 비우고 새로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이사를 계약하고 온 날부터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는데 이 집에 너무 오래 살았기 때문에 사진에 다 담기지 않을 만큼 어마어마한 짐이 있었다. 아마 학부 1학년때 쯤 친구들이랑 동아리 박람회에서 받은 종이, 언젠지 모를 대동제때 받은 수건과 기념품들, 오답을 위해 시험 끝나고 가져온 시험지… 생각지도 못한 짐들이 구석 구석에 잠자고 있었고 이 묵은 것들을 하나 하나 비워내는데에만 한 달이 넘게 걸렸다. 가볍고 마음으로 이사를 하였고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올 봄을 시작할 수 있었다.

5월. Computer Vision 공부를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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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입문한 논문 'YOLO'이다!
물론 이 논문을 이해하기 위해서 수-많은 레퍼런스 논문을 보며 공부했다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동기부여”

자율주행기술을 보면서 Computer Vision의 Object Detection쪽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실제로 공부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올해 딥러닝 관련 강의와 Computer Vision의 논문을 통해 공부를 하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물론 수학적 기초는 있었지만 비전 쪽은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내가 논문까지 면접에서 설명하기 시작하면서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고, 크고 작은 성취감을 통해 딥러닝 분야를 계속 공부하는데에 큰 동기부여가 되었다. 꾸준히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하고 싶었던 일을 배워가면서 나의 가치를 찾기도 했고, 목표에 매일 한발씩 내딛을 수 있었다.

퇴근 후 시간은 부족하다. 본격적으로 딥러닝 쪽의 저명한 대학원 강의를 수강하기로 계획하고서 계획대로 잘 되지 않아 좌절감을 느끼면서 퇴근 후 공부로만은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출근 전 아침 시간을 공부하는 시간으로 만들기로 했다. 아침에 온전히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 아침형 인간은 아니지만 강제 미라클모닝과 공부시간을 실천했다. 공부량이 부족한 날에는 점심 시간을 활용해서 최대한 하루에 계획된 공부를 끝낼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계획된 일과를 먼저 끝내고 홀가분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기분, 자기 전에 하루를 마무리하며 느끼는 성취감을 모두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2달 동안 딥러닝 대학원 강의를 수강하고 정리하면서 기초를 쌓았다.

그리고는 관심있는 분야의 SOTA 논문을 읽고 직접 구현해보려는데.. 혼자로는 한계를 느꼈다. 한 논문을 이해하는데에 일주일 째 진도가 나가지 않으니 막다른 길에 도달한 기분이 들었다. 인터넷에서 논문 리뷰를 참고하고 있었는데, 문득 나처럼 같이 공부하고 싶은 사람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모임을 찾아보았다. 시기적절하게 CV 논문 리뷰 스터디원을 모집하는 글을 발견했고 그리하여 3달 동안 CV 논문 스터디에 참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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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선정한 발표 논문 'YOLOX'를 스터디에서 발표한 자료


처음에는 스터디에서 사람들의 발표가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도 너무 벅찼다. 그리고 내가 발표하기로 고른 논문 1개를 이해하는데 꼬박 한 달을 다 쓰기도 했다. 그러나 3달 동안 매주 2시간씩 참여하고, 출근이며 퇴근이며 매일 논문을 붙잡고 고생한 결과, 나중에는 점점 논문 이해에도 속도가 붙고, 사람들의 발표 내용도 감이 생기고 들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눈과 귀가 트이고서는 내가 관심있는 분야의 컨퍼런스도 챙겨보게 되었고, 큰 줄기에서 어떻게 발전되고 있는지 감이 생겼으며, SOTA 논문이 어떤 식으로 접근하여 개선했는지가 예전보다 훨씬 잘 보이게 되었다. 처음에는 어렵고 힘들지만 시간을 들여 꾸준히 노력한다면 나도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던 정말 소중한 경험이다.

7월. 서울 둘레길 157km를 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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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7월은 산에서 정말 걷기 좋은 날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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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탬프 컬렉터. 빨간 우체통을 보면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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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km, 8개 코스에서 28개 스탬프 모으기 성공!


“불필요한 한계를 설정하지 않기”

김연아 선수의 유명한 말이 있다. 훈련 중 무슨 생각을 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거지’ 라고 대답한 인터뷰이다. 8개의 코스로 이루어진 157km에서 28개의 스탬프를 3달 만에 모으기 위해 몇 시간이 걸리는지, 며칠이 소요될지, 한 달에 몇 개의 스탬프를 받아야 가능할지 하나씩 따지고 계산할 시간에 그냥 하면 된다.

사실 올해 즐겨하던 등산에 동기부여를 위해 ‘서울 둘레길 마라톤’이 선착순으로 오픈한다는 글을 보고 아무것도 모르고 참여에 등록을 했다. 일을 벌린 이후에야 완주를 위해서는 3달이라는 기간 안에 157km의 코스 안에 있는 28개의 스탬프를 모두 모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157km와 28개라는 숫자에 압도되어 내가 평소에 걸었던 거리를 기준으로 남은 기간동안 매주 몇 키로를 걸어야하는지, 한 번에 몇 시간을 써야하는지 따져보니 어마어마한 시간을 쏟아야했고 버거운 숫자로 느껴졌다.

그러나 이왕 시작한거 ‘묻고 따지지 말고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마음 속 계산기를 없애고 오늘의 날씨가 좋고 나쁜지, 하루 동안 얼마나 걸어야할지 계산 없이 매주말 묵묵히 산행에 나섰다. 그저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꾸준히 걸었고, 그 결과 모든 코스를 완주할 수 있었다! 과거의 적당한 기준으로 나에게 불필요한 한계를 설정하는 것이 가능성을 제한하는 일이라고 느꼈다. 매 주말마다 서울 곳곳을 다니며 이렇게 멋진 곳을 직접 발로 밟고 알게되어서 오히려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었던 경험이다.

12월. 퇴사를 결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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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출근일에 드렸던 초콜릿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불만족스러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언가 해야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삶을 살고 있은지,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는지 나에 대한 물음을 계속 던지며 오랜 고민 끝에 이직하기로 결심했다. 2년 동안 고생한 나 자신을 다독여주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려 한다.

물론 그동안 들인 2년의 시간이 아깝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해보고 싶은 일에 도전하고 직접 해보고 것과 안해보는 것은 앞으로 삶을 살아가는데에 가치관으로 큰 차이가 있다. 나는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나 스스로 ‘성장’‘발전’ 지향적인 일을 원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늦게 알았다. 이전 회사에서 내가 하는 업무와 장기적 커리어에 대한 불만이 있었는데, 하고 싶은 일이 뚜렷해졌으니 이제 내가 할 일은 해보고 싶은 일에 도전해보는 것 뿐이었다.

새 회사로 내가 고려한 주요한 조건이다.

  • 개인적인 조건
    • 전공을 살릴 수 있을 것
    • 전문성을 기를 수 있을 것
    • 일의 가치가 나의 인생의 가치와 방향이 같을 것
    • 자부심과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
  • 환경적인 조건
    • 계속 학습하고 성장하는 문화일 것
    • 함께 일하는 동료에게 배울 점이 많은 곳일 것
    •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일 것
    • 현재보다 큰 마땅한 보상이 있을 것
  • 회사로서의 조건
    • 기술(tech) 중심의 회사일 것
    • 리딩 기업일 것
    • 내수가 아닌 글로벌 기업일 것
    • 인류에 발전되는 일을 하는 기업일 것

물론 이 모든 조건을 100% 만족하는 회사는 존재할 수가 없다는 걸 안다. 그래도 나만의 조건을 고민해보면서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어떤 회사를 원하는지 그리고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나의 미래에 대해 그려볼 수 있었다.


🔎 2021년 성찰

  • 좋았던 점
    • 새로운 분야, 컴퓨터 비전을 배웠고 공유하였다
    • 출근 전 아침 시간을 잘 활용했다
    • 새 회사로 새로운 커리어에 도전했다
  • 아쉬웠던 점
    • 공부한 논문의 코드를 사용해서 실제 프로젝트를 진행해보지 못한 것
    • 데이터 경진대회에서 수상을 하지 못한 것
    • 하반기에 바쁘다는 이유로 운동을 하지 못해 체력 저하가 심했던 점

2022년을 시작하는 마음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모든 순간이 차곡차곡 모여 내 미래를 만들고 있다. 그래서 한가지 분명한건 전보다 확실히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생은 속도보다 방향이라는 말이 있다. 자신의 인생은 다른 누구와의 경쟁이 아니라 나 자신과의 레이스인데, 나는 종종 ‘도전하기에는 너무 늦은게 아닐까?’, 혹은 ‘나이가 너무 많은게 아닐까?’ 라고 남들과 나를 비교하며 스스로 불안하고 초조하게 만들기도 했다.

‘토끼와 거북이’의 이야기를 보면 거북이는 그저 자신의 능력대로 묵묵히 달린다. 토끼와 비교하지 않고 결승점만 보고 최선을 다해 달린 거북이는 결국 승리한다. 거북이는 느리지만 꾸준히 본인의 페이스대로 성실하게 걸었기 때문이다. 나만의 강점을 살려 나의 페이스대로 목표를 향해 멈추지 말고 꾸준히 걸어가자. 오직 배우고 성장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는 결심이면 충분하다.

  • 2022년 주요 계획 📌
    • Kaggle 메달에 도전!
    • 관심 분야의 SOTA 논문 꾸준히 리뷰하기
    • 사이드 프로젝트하기
    • ADP 남은 실기 시험치기
    • 연간 독서 100권 달성! 책 아카이빙하기
    • 월 1회 이상 글쓰기 - 글쓰기를 취미로
    • 주 3회 이상 운동하기 - 필라테스, 헬스, 플라잉요가, 수영
    • 영어 회화 실력 키우기
    • 미라클모닝 실천하기

새 출발을 응원해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것은 불안하고 두렵지만, 그만큼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는 설렘이 공존한다. 2022년은 가능성을 믿고 Starting Line에 서서 부단히 목표를 향히 달리는 해이길 바란다. 내년에는 또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내년의 나는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이 될지, 2022년의 마지막 날에는 또 어떤 회고를 하고 있을지 내년의 나를 응원하고 기대한다!